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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업 (International Sales)

해외영업의 이상과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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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데이지 입니다.
외국어를 좀 한다는 사람 또는 외국이나 사람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 해외영업 쪽으로 진로를 희망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거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외국어를 좋아하고 외국을 좋아하고 사람을 대하는 것도 좋아하고 해외영업에 대한 환상 또한 있었기에 대학 졸업반에 진로를 고민하다가 해외영업 쪽으로 결정하게 되었어요.

몇년이 지나고 어느정도의 실무를 알아서 할 수 있을만큼의 경력을 쌓은 현재로선 해외영업직이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 초년생 땐 제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른 점도 적지 않게 느꼈던 거 같아요. 제 후임으로 들어왔던 직원들 중에서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여 중간에 진로를 바꾼 분들도 많이 있었고요. 오늘은 입사 전 생각했던 해외영업과 입사 후 특히 사회초년생 때 느꼈던 해외영업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1. 입사 전 생각한 해외영업: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이 크지만...
(1) 매일 각종 다양한 언어로 바이어와 통화하고 협상하느라 바쁘다.
(2) 해외 바이어 만나 멋진 미팅룸에서 말 몇 마디하고 성공적인 미팅으로 끝난다.
(3) 한달에 몇번은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 미팅하고 깔끔한 정장을 입고 서류 몇가지만 가방에 들고 간다.
(4) 출장 시 밤에는 멋진 바에 가서 술 한잔도 하고 나 홀로 관광도 많이 한다.

2. 입사 후 해외영업의 현실:
(1) 거의 이메일로 교신한다. 물론 이메일은 모두 외국어로 작성한다. 통화는 간혹 긴급한 건이나 Critical한 건이 있을 경우 이야기 한다. 실제로는 일반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타자치는 소리만 들리고 정적이 흐른다.
(2) 해외영업을 꿈꾸는 사람 중 가장 하고 싶어하는 게 출장이지만 한번 출장 다녀온 사람치고 출장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못 봤다. 특히 신입 사원은 한창 가고 싶어하다가 한번 다녀오면 절대 안 가고 싶어한다.
(3) 출장에 따라 다르지만 개별 출장이라면 직접 데모 제품을 가지고 가야 하므로 개인 짐 외 캐리어로 최소 1-2개는 직접 들고 가야한다.
(4) 전시회 출품하는 거라면 해상으로도 미리 준비해서 보내고 신제품 일정상 일부는 캐리어로 직접 들고 가야한다.
(5) 출장 가기 전부터 출장 후 팔로업 업무와 별개로 매일 하는 업무는 그대로 해야하므로 출장 중에도 새벽에 일어나 메일 확인하고 한국에 있는 제조팀, 물류팀, 운송사 등과 교신하여야 한다. 저녁 식사 자리나 술자리라도 있으면 3시간 정도 잘 생각해야 한다.
(6) 전시회 출품 시 출장 가기 두 달 전 쯤부터 준비해야 한다. 매일하는 업무 외 전시회 준비를 병행하여야 한다. 출장 후에도 약 2주 정도는 팔로업 해야 하므로 업무가 많아진다. (기존 업무 + 전시회/출장 업무)
(7) 회사마다, 동행하는 상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출장 시 나 혼자만의 자유시간은 거의 없다. 같은 회사 상사 및 직원 분들과 함께 동행해야 한다. 일단 시간 자체가 없다. 저녁엔 바이어와 식사 약속을 잡아 가는 경우도 있고 동일 전시회에 참가/참관한 타 국내 기업과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8) 여권의 빈 페이지가 없도록 출장을 많이 다녔지만 각 나라에 여행 간다는 사람들이 물어본다면 잘 모른다. 가장 많이 간 곳은 공항, 호텔, 전시장이다. ^^;
(9) 좋은 분들도 많지만 이상한 사람도 정말 많다. 국내 기업 중 이상한 사람들도 소수 있었지만 해외 출장 시 스쳐간 사람들 중 이상한 사람이 은근 많았다.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데 일하러와서 왜 그러는지는 노이해^^;;
특히 젊은 여직원에게 찝쩍대는 아재들… 애들 사진 프사해놓고 다니면서 왜 그러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예전에 들은 소문이었지만 타사 유부녀 분들 중에서도 안 좋은 소문 있었던 분도 있었다. 그리고 아무 잘못 없는 관계자(운송사, 여행사 직원 분들 등 업무 관계상 해외영업자에게 영업하시는 분들)를 사적인 자리에서 인간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분들도 봤다.
(10) 영업 및 계약만 하고 내부적으로 아무 일도 안 해도 될거차럼 보이지만 유관 부서와 내부적으로도 조율할게 은근 많다. 납기부터 포장까지 각 부서 담당자들과 수시로 체크해야하고 바이어의 요청과 실제 상황에 따라 바이어와 내부 유관부서 담당자 분들 모두와 협상이 필요한 때도 많다. 재고로 항상 보유하고 있는 제품이 아닌 주문생산형 제품이거나 물량이 별로 되지 않지만 관계를 끌어나가야 할 중요한 바이어여서 진행하는 게 좋은데 특정 자재가 단종되었거나 국제적인 이슈로 납기나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 유관 부서에서 대체로 해결하지만 똥줄 타는 사람(= 영업 당사자)이 결국엔 나서게 되어있다. 이때 바이어와의 협상은 필수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사바사바를 하며 유관 부서 팀장님들과 담당자 분들께 부탁 드렸던 기억들이 난다.

저도 사회초년생 때 출장 한번 다녀오고 나서 가기 싫어했는데 연차가 점점 쌓이면서 출장가는 게 좋아졌었어요.
어느 정도 업무에 대한 프라이드도 생기고 적응도 됐고, 동행하거나 가서 만나는 바이어 분들, 타사 직원 분들도 대부분 대표 직급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직급이라 처음엔 다소 불편함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얼굴이 익숙한 분들도 계시고 저도 직장경력이 늘어나서 그런지 그 분들 이야기가 재밌게 느껴졌었어요. 바이어 분들도 항상 메일이나 메신저로만 대화하다가 오랜만에 얼굴 뵈니 반갑기도 했었어요.

육아와 코로나 때문에 출장은 커녕 비행기를 타 본지도 오래 됐는데 이 글을 쓰다보니 옛 추억이 떠오르네요.
이상 데이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Inquiry: daisy.muybi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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